[한국태권도신문] 한국 태권도 차세대 기대주 서은수와 김향기가 로마 그랑프리 마지막 날 나란히 시상대에 올랐다.
7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 포로 이탈리코에서 열린 '로마 2026 월드태권도 그랑프리 시리즈1' 마지막 날, 한국은 대학교 1학년 동갑내기 남자 -58kg급 서은수(한국체대) 은메달, 여자 -49kg급 김향기(한국체대) 동메달을 수확하며 사흘 간의 대회를 마무리했다.
2025 우시 세계선수권에서 퍼펙트 우승과 남자부 MVP를 거머쥐며 차세대 기대주로 급부상한 서은수는 결승에서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탈리아의 비토 델라퀼라와 3회전 대접전을 펼쳤다.
시작부터 홈 관중은 이탈리아 태권도 스타 비토를 연호했다. 서은수는 초반 흔들리지 않았지만 회전을 거듭하며 관록의 차이를 드러내며 1대2 역전패(49-47, 18-34, 26-31)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1회전부터 숨막히는 난타전이었다. 서은수가 근접 머리 선취점을 뽑은 뒤 머리와 몸통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15대 8로 달아났다. 뒤차기까지 성공시키며 33대24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그러나 비토가 거세게 몰아치며 순식간에 추격해왔다. 종료 직전 세 차례 한계선 이탈 감점(10초 전부터 감점 -2점)을 받으며 49대 47로 간신히 1회전을 챙겼다.
2회전은 흐름이 바뀌었다. 초반 0대 4로 끌려갔다가 12대 10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뒤차기를 허용하며 재역전을 내줬고, 근접에서 몸통과 머리를 연달아 허용하며 12대 19까지 벌어졌다. 끝까지 추격했지만 종료 10초를 남기고 결정적으로 뒤차기를 허용하며 18대 34로 2회전을 내줬다.
3회전은 경기장이 더욱 달아올랐다. 서은수가 공격적인 움직임으로 몸통 선취점을 뽑은 뒤 연달아 추가 득점하며 10대 2까지 달아났다. 중반 비토의 뒤차기에 걸려 12대 9까지 추격당했지만 뒤차기와 몸통으로 18대 14까지 다시 벌렸다. 후반 비디오 판독으로 숨을 고른 비토에게 몸통을 연달아 허용하며 21대 18로 좁혀졌다. 종료 15초를 남기고 뒤후려차기와 머리를 허용한 뒤 넘어지며 2감점까지 받아 순식간에 24대27로 역전을 허용했다. 마지막 결정적인 몸통까지 내주며 26대 31로 분패했다.
세계선수권 우승 이후 부상과 국가대표 선발 좌절 등으로 슬럼프를 겪어온 서은수는 이번 대회를 오른발목 부상을 안고 뛰었다. 뼈 조각 제거 수술을 앞두고 있었지만 대회를 위해 수술을 보류한 채 경기에 나섰다.
서은수는 경기 직후 "수술을 해야 하는데 이번 대회를 위해 보류했다"며 "최근에 계속 경기가 풀리지 않아 첫 경기에 지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선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결승전에 대해서는 "잊지 못할 큰 경기 경험을 한 것 같다. 분위기가 상대에게 쏠렸지만, 나름 멘탈이 강해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비록 졌지만 너무 재미있었고, 다음에는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향기(올림픽랭킹 7위)는 첫 성인 메이저 세계 무대에서 준결승까지 오르며 동메달을 수확했다.
준결승에서 지난해 21세 이하 세계선수권 여자 -46kg 우승자 러시아의 알리사 안젤로바(올림픽랭킹 27위)와 맞붙었다. 상대는 신장에서 크게 열세였지만 근접 상황에서 뒤로 공략하는 변칙 머리 공격으로 경기 내내 김향기를 괴롭혔다.
1회전 근접 머리 공격을 잇달아 허용하며 6대 17로 내줬다. 2회전은 곧바로 전략을 바꿔 근접 상황을 철저히 차단하며 12대 7로 따냈다. 3회전 3대 3 동점까지 추격했지만 종료 14초 결정적인 내려차기를 허용하며 11대 16으로 무너졌다. 피지컬과 기술적 완성도에서는 우위였지만 거친 경기 운용과 변칙 기술을 구사하는 유럽 선수 특유의 경험 차이가 결과를 갈랐다.
김향기는 경기 후 "조금은 속상하다. 조금만 더 집중했더라면 충분히 우승에 성공했을 것 같은데”라면서 “성과라면 8강에서 중국 선수를 이긴 것이다. 네 번 경기에서 매번 졌는데 오늘 처음으로 이겨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준결승에 대해서는 "상대가 잘 하는 줄은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강했다. 1회전에 당황해서 2회전에서 전략을 바꿨는데 조금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더 준비해서 다음에는 꼭 정상에 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태준(경희대)도 8강에서 비토와 올림픽 챔피언끼리의 맞대결을 펼쳤으나 분패했다. 1회전 초반 리드를 잡으며 흐름을 가져갔지만 비토의 집요한 압박에 종료 직전 역전 몸통을 허용하며 9대 10으로 내줬다. 2회전에서도 끝내 흐름을 되찾지 못하며 6대 10으로 패해 입상권 진입에 실패했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 2개(김유진·서은수), 동메달 3개(홍효림·강상현·김향기)를 수확했다. 기대만큼의 메달 수확에는 미치지 못했다.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향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 만큼 전략 선수에 대한 집중 훈련과 랭킹 포인트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앞으로 9월 무주 시리즈2, 10월 파리 시리즈3, 11월 아스타나 파이널을 거치며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향한 경쟁 레이스는 계속된다.
한편, 이날 모든 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 인근 폰테 델라 무지카 광장에서 이탈리아태권도협회가 주최한 태권도 60주년 기념 갈라쇼가 열렸다. 1966년 이탈리아 내 첫 태권도장 개관을 기념하는 자리로 폐막식을 대신했다. WT 태권도 시범단은 이탈리아에 처음 태권도를 보급한 고 박선재 회장과 고 박영길 회장을 회상하는 스토리로 시범을 선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