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태권도계, 화려한 제안보다 철저한 검증이 먼저다
남궁윤석 / 한국태권도신문 대표·발행인
최근 미국 한인 언론 LA중앙일보는 인공지능(AI) 기술과 나스닥 상장 추진 등을 내세워 투자금을 유치한 기업과 관련한 민사소송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원고 측은 투자 사기와 계약 위반 등을 주장하고 있으며 피고 측은 해당 보도가 허위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사건은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사실관계는 법원의 판단을 통해 확인되어야 할 사안이다.
이번 사례는 법적 판단의 결과와는 별개로 태권도계가 반드시 되새겨야 할 중요한 교훈을 던져준다.
오늘날 태권도는 AI, 메타버스, 플랫폼, 스포츠테크 등 다양한 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시대의 흐름이자 태권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과 사업이 등장할수록 이에 상응하는 검증과 책임도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특히 공신력을 가진 태권도 기관과 단체가 기업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거나 공동사업을 추진할 때에는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MOU 자체가 투자나 사업의 안전성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 국민과 회원들은 협약 체결 사실만으로도 해당 기업이나 사업에 대해 일정 수준의 공신력을 부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협약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를 수반하는 행위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태권도 기관과 단체는 화려한 사업계획이나 장밋빛 미래 전망만으로 협력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기업의 법인 현황과 재무 건전성, 사업 실적, 기술의 객관성, 관련 법적 분쟁 여부는 물론, 사업 수행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곧 상장된다", "대기업이 참여한다", "세계적인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와 같은 설명은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은 사실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충분한 확인 없이 이를 홍보하거나 대외적으로 신뢰를 부여하는 것은 기관과 단체의 명예는 물론, 태권도계 전체의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기원을 비롯한 태권도 관련 기관과 각급 협회, 그리고 일선 태권도장 역시 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협약을 많이 체결하는 것이 아니라, 협약 이전에 객관적인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고 협약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와 점검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언론 보도만으로 어느 한쪽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언론은 공익적 목적에서 의혹을 보도할 수 있으며 당사자는 그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할 권리가 있다. 이러한 상반된 주장 속에서 진실은 객관적인 증거와 적법한 사법 절차를 통해 밝혀지는 것이 법치주의의 원칙이다.
태권도는 오랜 세월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해 온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문화자산이자 무도이다. 그 신뢰는 뛰어난 경기력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공정성과 투명성, 책임 있는 행정, 그리고 신중한 의사결정을 통해 축적된다.
AI 시대는 태권도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다. 그러나 기술보다 먼저 갖추어야 할 것은 검증이고 투자보다 앞서야 할 것은 신뢰이며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다.
이번 사례는 특정 사건의 옳고 그름을 미리 판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태권도계가 미래 산업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원칙과 기준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철저한 검증은 혁신을 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건강한 발전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가장 든든한 안전장치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