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태권도신문] 태권도계에는 단순히 오랜 기간 수련을 이어온 사람을 넘어 태권도의 역사 자체를 몸소 경험하고 기록하며 미래를 제시하는 인물들이 있다. 김명수 9단은 그러한 태권도 원로 가운데 한 사람이다.
1943년 충남 서산 해미에서 태어난 김명수 9단은 조선 초기에 건립된 해미읍성 인근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성장했다. 넓은 평야와 바다를 품은 고장에서 사람을 배려하며 살아야 한다는 조부모의 가르침 속에 자란 그는 어린 시절부터 정의와 공정,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삶의 가치로 삼아왔다.
그가 태권도를 처음 접한 것은 1958년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이후 고등학교와 한양대학교 체육학과를 거치며 본격적으로 태권도의 길에 들어섰다. 당시만 해도 태권도는 오늘날과 같은 학문적 체계를 갖추지 못한 시기였지만 그는 태권도를 단순한 무술이 아니라 인간을 수양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문화로 바라보았다.
김명수 9단은 태권도의 본질을 “몸과 마음을 갈고닦아 스스로를 완성하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승패의 결과보다 목표를 향해 성실하게 노력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그의 인생관은 곧 태권도 정신과 맞닿아 있다.
대학 졸업 후 ROTC 장교로 임관한 그는 군과 학교 현장에서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체육교사로 15년, 한양대학교 교수로 25년을 재직하며 교육 현장에서 수많은 인재를 길러냈다.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제자만도 4천여 명에 이른다. 또한 한양대학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 교환학생들에게 태권도를 지도하며 세계 각국에 태권도의 가치를 알리는 데 힘써왔다.

김명수 9단의 업적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학문적 성과이다.
그는 1992년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태권도의 스포츠 제도화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는 태권도 역사, 사회학 분야의 선구적 연구로 평가받고 있으며 태권도를 학문적 연구 영역으로 정립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당시 태권도 연구가 체계화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그의 연구는 태권도학 발전의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육자이자 연구자였던 그는 현장 실천가이기도 했다.
1970년대부터 대한태권도협회와 국기원, 세계태권도연맹의 각종 심판, 지도위원, 평가위원으로 활동하며 태권도 제도 발전에 참여했다. 특히 19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조직위원회 유도, 태권도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태권도의 국제적 위상 제고와 올림픽 기반 조성에 힘을 보탰다.

"2000년대에는 국가대표 태권도시범단 감독과 단장을 맡아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태권도 세계화에 앞장섰다."
2000년 유럽과 아프리카 순회 시범을 시작으로 2011년 네덜란드 수교 50주년 기념행사, 2012년 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 순회 시범, 2015년 쿠웨이트 대사배 태권도대회 참가 등 세계 각지에서 태권도 보급 활동을 펼쳤다.
그는 태권도 시범을 단순한 공연이 아닌 문화외교의 수단으로 인식했다. 해외 공관 관계자와 정부 인사, 재외동포, 현지 태권도 지도자들을 연결하며 태권도를 통한 국제 교류와 민간외교에 앞장섰다.
특히 1989년에는 아르헨티나 태권도 사범으로 파견되어 남미 지역 태권도 개척에 참여했으며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수십 년 동안 세미나를 개최하며 후학 양성에 힘써왔다. 오늘날에도 그는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와 같은 인구 대국이 태권도 발전의 새로운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남북 태권도 교류에도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
2006년 평양에서 열린 북한 태권도 행사에 참가한 최초의 WTF 9단 가운데 한 명으로서 조선태권도연맹 관계자들과 교류하며 태권도를 통한 민족 화합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그는 남북 태권도가 정치와 이념을 넘어 민족문화유산이라는 공통 가치를 바탕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
무엇보다 김명수 9단의 가장 큰 자산은 태권도 역사에 대한 살아있는 기억이다.
그는 태권도 초창기부터 현재까지의 발전 과정을 직접 경험했으며 국기원 설립과 성장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엄운규 전 국기원장, 이종우 관장, 홍종수 관장, 노병직 관장, 김순배 관장 등 태권도 1세대 원로들과 교류하며 한국 태권도의 형성과 발전 과정을 몸소 체험한 몇 안 되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또한 2007년부터 태권도 역사 연재를 시작하여 태권도의 발자취를 기록하는 데 힘썼으며 역사 연구와 자료 수집을 지속해 오고 있다. 그는 태권도의 미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확한 역사 정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도 그는 태권도 교육과 연구, 그리고 제도 발전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 체육교사 15년, 대학교수 25년, 국기원 및 태권도 관련 조직 활동 36년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경력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태권도와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 온 한 태권도인의 삶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오늘날 태권도는 세계 200여 개국에서 수련하는 글로벌 문화로 성장했다. 그 긴 역사 속에서 김명수 9단은 태권도의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분석하며 미래를 제시해 온 산증인이다.
태권도 1세대 원로들과 함께 성장하고, 국기원의 탄생을 지켜보았으며 세계 곳곳에 태권도를 전하고 학문적 체계를 세우는 데 기여해 온 김명수 9단. 그의 삶은 곧 대한민국 태권도 발전사의 한 페이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지금도 말한다.
“태권도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만드는 길이다.”
그 한마디에는 67년 동안 태권도와 함께 걸어온 한 원로의 철학과 신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