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태권도 사범의 가치 - 정준철

2023.08.04 14:20:37

 

태권도 사범의 가치

 

정준철

- 긍휼태권도장 관장
- 브랜드발전소 '등불' 대표

- 한국태권도지도자협회 부회장

 

변호사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자녀의 선생님에게 폭언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누구도 대한민국이 이렇게 될 거라 생각을 못 했지만 결국 가치보다 권력과 부에 의해 가치는 종말을 선언하고 말았다. 아이들은 가치를 배우지도 못한 채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게 되었고, 그 불안전한 감정의 표출을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존중하기 시작하였고, 권력을 가진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 감정을 무시하는 누군가가 나타나면 괴물이 되어 맞서 싸우게 되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올바름을 배우지 못하고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배우는 단계에 이르렀다. 부모로부터 세상의 가치를 배우기보다는 자신을 공격하는 상대에게는 나이를 막론하고 공격하는 것을 그들의 언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배우고 있을지 모른다.

 

MZ세대를 감싸고 있는 중심에는 합리성이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모든 세상의 이치가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 합리성은 편리성으로 거듭나지만, 단체의 합리성이 아닌 개개인의 합리성으로 세상에 존재하면, 사회성에서 벗어난 자신만의 세상에 불과하다. 우리는 그런 형태의 정체성을 이기심이라고 부른다.

 

한때 태권도장이 합리적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운 여름 도복을 입는 것이 어리석어 보였고, 어린 수련생에게 띠를 매는 것이 불편해 보였다. 더욱이 경기장 바깥에서는 담배를 피우면서 경기장 안에서는 “사범님! 사범님” 하는 모습 역시 불편했다. 사범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가식은 수도 없다. 

 

또한, 교육은 어떠한가? 도덕을 가르치지만 도덕을 어기는 게 우리 아닌가? 그래서 우리가 인성을 가르칠 자격이 있는 존재인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래서 타인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사범이라는 호칭을 쉽사리 쓰는 형태가 불편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변호사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자녀의 선생님에게 폭언하는 시대가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최소한 자신의 아이를 가르치는 스승에게 사회적 직위를 대놓고 주장하면서 무언의 폭력을 행사하는 사회적 상류층의 모습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면 앞으로의 미래는 어떨까?

 

거인회 일원으로 2023년 성남 세계태권도한마당에 참석을 하고 왔다. 오랜만에 보았을 분들이 “사범님 안녕하십니까”라고 먼저 인사를 건넨다. 저기 저분은 나보다 연배임에도 먼저 인사를 하신다. 다양한 나라에서는 온 선수 중 몇은 격파에 성공하는 순간 눈물을 흘리고 코트 위에 누웠다.

 

그리고 곧 정신을 차리고 심판과 동료 선수들에게 인사를 한다. 서로 잘 모르지만 부상을 입은 선수들에게는 서로 괜찮냐고 안부를 묻는다. 지나가는 한 사범님은 이미 수차례 큰 대회에서 입상하였음에도 먼저 인사를 한다. 입상한 이란 선수는 메달을 정성을 다해 감싸서 가방에 넣는다. 여기저기에서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가 들린다. 사범님이라는 단어 역시 자주 들린다. 사회에서 쉽게 보기 힘든 풍경이다.

 

거인회는 부산을 연고로 한다. 부산에서 성남까지 온 것이다. 이란 선수들은 이란에서 한국까지 온 것이다. 상금도 없는데 온 것이다. 그리고 몇은 부상으로 손과 발을 절룩이면서 집으로 갈 것이다.

 

삶을 밀도 있게 고찰하고 최소한의 인문학을 공부하다 보면 인간의 가식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나는 그동안 너무 반듯한 잣대로 ‘사범’이라는 이름을 비판했다. 이것이 오히려 가식인 것이다.

 

대한민국이 변호사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자녀의 선생님에게 폭언하는 시대가 되었다. 자식의 잘못을 훈계하고 책임지는 부모가 찾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자. 당장 내 아이를 지킬 순 있겠지만 그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그가 마주하는 아이들은 더 큰 괴물이 돼서 지금의 우리 아이들을 괴롭힐 것이다.

 

이제는 사람이 가식적이거나 말과 행동이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그런 것은 인간 본연의 모습인 것이다.

 

얼굴도 모르지만 먼저 인사를 하는 사범님들

실패를 한 사람에게 먼저 위로를 건네는 사범님들

상금도 없고 어떠한 합리적 가치도 없음에도 자신의 물질과 시간을 쏟는 사범님들

더운 여름에도 도복을 입는 사범님들

삶과 상관없이 아이들에게 올바름을 가르치려는 사범님들

이런 형태가 자본에 밀착한 행동일지라도, 이런 허울조차 사라진 게 대한민국 현실이다.

 

가치를 부여잡고 살면 곤고하게 살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태권도가 대한민국의 희망일 수밖에는 없는 이유를,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2023년 성남 세계태권도한마당 대회에서 대한민국 태권도 사범님과 그리고 해외 선수들을 통해서 느꼈다.

 

이들의 직업이 앞으로 변호사, 의사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길 희망해본다. 물론 불가능하겠지만 확실한 사실은 대한민국 태권도 사범님들이 대한민국의 아이들을 올바르게 가르칠 것이다. 최소한 그들은 형식적이더라도 사람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삶을 먼저 살아온 어른을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이 정도면 괜찮은 어른이 아닐까? 이런 어른들이 아이들을 가르친다면 건강과 함께 최소한의 사회 질서 정도는 지킬 수 있는 아이들이 되지 않을까? 최소한의 가치가 무너지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리고 있다.

남궁준 기자 koreatkd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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