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권도, 기술을 넘어 ‘사람을 키우는 교육’이다.
칼럼: 남궁준(한국태권도지도자협회 회장, 한국태권도신문 편집국장)
태권도를 떠올리면 많은 이들이 먼저 기술을 생각한다. 힘차게 뻗는 발차기, 흐트러짐 없는 품새, 대회를 향한 준비 과정까지. 이러한 모습들은 태권도의 역동성과 매력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태권도를 오랫동안 지켜보고 또 매일 아이들과 함께 수련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조금 다른 결론에 이르게 된다. 태권도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을 키우는 교육의 힘이 있다.
태권도는 눈에 보이는 기술보다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변화를 만들어낸다. 수련을 시작할 때는 산만하던 아이가 줄을 맞추고 인사하는 자세가 달라지며 점차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이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지 않는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수련과 작은 약속들이 쌓여 서서히 만들어진다. 그 과정이 바로 태권도가 교육으로서 가진 가장 큰 가치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면 태권도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생활 교육’에 가깝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도복을 입고 매트를 밟는 순간부터 아이들은 규칙 속에 들어온다. 차례를 기다리고 친구를 배려하며 지도자의 지시에 귀 기울이는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공동체의 질서를 배운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해 보일 수 있는 이 과정이 요즘 아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배움이 되기도 한다.
특히, 태권도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교육 구조를 가지고 있다. 띠 하나를 올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다. 꾸준함, 성실함, 그리고 스스로를 관리하는 태도가 함께 요구된다. 아이들은 수련을 통해 “하면 된다”는 막연한 위로가 아니라, “꾸준히 하면 변한다”는 경험을 몸으로 배우게 된다. 이는 시험 성적이나 단기 성과로는 얻기 어려운 값진 자산이다.
아이들의 표정에서 그 변화를 확인할 때가 있다. 처음에는 힘들다고 주저하던 아이가 어느 순간 스스로 준비운동을 하고 수련이 끝난 뒤에도 도복을 정리하며 인사를 잊지 않을 때, 그 아이는 이미 한 단계 성장해 있다. 태권도는 그렇게 아이들의 일상 속 태도를 바꾼다. 발차기의 높이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아이가 자신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태권도의 교육적 힘은 지도자의 역할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지도자의 말투, 기다려주는 태도, 기준을 지키는 원칙은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그래서 태권도 지도자는 기술을 가르치는 사람을 넘어 아이들이 본받는 어른이 된다. 도장은 운동 공간이면서 동시에 아이들이 사회를 처음 연습하는 작은 교실과도 같다.
요즘 사회는 빠른 결과를 요구한다. 무엇이든 즉각적인 성과와 비교가 따라온다. 그러나 태권도는 그 흐름과는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우고 남보다 빨리 가기보다 스스로의 속도를 지키는 법을 가르친다. 이 느림의 교육은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며 맞닥뜨릴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힘이 된다.
태권도가 오랜 시간 우리 곁을 지켜올 수 있었던 이유는 화려한 기술 때문만은 아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바른 과정을 중시해 왔기 때문이다. 글로 태권도를 바라보는 자리에서든, 도장에서 아이들과 마주하는 자리에서든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태권도가 교육으로서의 본질을 지켜갈 때, 태권도는 앞으로도 아이들의 성장 곁에서 가장 든든한 동반자로 남을 것이다.





























